“그래서 제가 훅 뛰어내렸어요!”- 다치진 않았고?“네. 다행히 좀 까지고 말았죠. 웃기지 않아요?”- 안 다쳤으니까 재밌지. 이젠 안 그럴 거지?“네. 근데 선생님.”- 응?“되게 재미없네요.”- 그래? 그럼 재밌는 이야기 하자.어릴 적, 슈퍼맨 망토랍시고 엄마의 스카프를 둘러매고 나무에서 점프를 시도한 무용담에 다니엘은 성우의 안위를 걱정했다. 성우는 ...
“슨배님, 이건 무슨 냄새에요?”“어? 향수.”“슨배님 향수 뿌려요? 와, 냄새 억수로 좋은데요.”“이거 무슨 향순지 가르쳐줄까?”“그케도 돼요? 그라믄 좋죠.”안될 게 뭐야. 내가 만든 향수도 아닌데. 성우는 웃음소리를 섞어 대답하며 다니엘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다니엘은 중요한 내용이라도 되는 양, 핸드폰을 꼭 쥔 채 성우의 입술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
얼마나 아름다우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될까. 그것도 도시 전체가 말이지. 성우는 테라스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은 채,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감탄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내가 스물을 맞이한 것도 기적인데,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의 새 출발이라니. 나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그리고 나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지.성우는 ...
- 이제 한국에만 있는 거야?“그럼. 가게 언제 놀러올 거야?”- 말 나온 김에 내일이라도 갈까.“황민현, 요새 안 바빠?”- 일하러 가는 거야. 기업파티 하나 땄어.“진짜? 그럼 내일 만나.”- 저녁 같이 먹자. 보고 싶다.“나도. 내일 봐, 자기야.”- 성우야, 그런 장난은 치지 말고. 내일 보자.매정한 놈. 고등학교 다닐 땐 자기라고 해도 봐줬으면서....
열두 시가 훌쩍 지난 시간. 제법 추위보단 선선한 공기에 다니엘은 동네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집에 바로 들어가기엔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들을 만나자니 그렇게 시끌벅적한 것도 싫고. 벤치 위에 떨어진 마른 가지를 대충 손으로 훑어내고 털썩 앉은 다니엘은,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며 고개를 들자, ...
“사랑해도 될까요?”“…당신 미쳤습니까?”“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네요.”“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경멸. 그의 얼굴엔 확실한 경멸이 가득했다. 너무나도 쉽게 돌아선 그의 뒷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그가 돌아볼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돌아봤을 때를 대비하여 나 역시 돌아섰다. 공원 곳곳엔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
“너 노다지란 말 알지.”“뭐 금광 같은 거 말하는 말 아이가.”“그게 왜 노다지인 줄 알아?”“…닷지 놓지 말라고?”“아, 롤 폐인 새끼.. 옛날 전쟁 때 금광 발견하면 미군이 ‘No touch’라고 했는데 그게 노다지라고 와전이 된 거야. 알았냐?”“그래서 그게 와.”“나 건들지 말라고, 시바 새끼야.”사랑하는 내 새끼, 내 애인, 존나 예쁜 내 옹성우...
“이게 누구야. 강작가님이 웬일이래?”“오늘 민현이형이랑 저녁도 먹을 겸 왔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신년회를 안 오셨으니 이렇게 해가 바뀌고 만나지.”“죄송해요, 바빴어요.”“아, 인사해. 우리 새로운 작가님.”“안녕하세요.”“아, 네. 안녕하세요. 강다니엘입니다.”자신을 향해 떠들썩하게 인사하는 편집장의 옆으로 낯선 누군가가 다가와 섰다. 다니엘은...
“만년필이 나으려나. 주문하면 제 때 받을 수 있나?”성우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중얼거렸다. 양손의 끝으로 감은 두 눈 위를 꾸욱 누르며 느릿하게 비벼대니, 눈 안쪽에서부터 건조함이 까칠하게 느껴져 왔다. 성우는 여러 개로 띄워뒀던 브라우저를 전부 끈 뒤 랩탑을 닫았다. 선물 하나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항상 그에게 주...
새벽이 시작되는 시간, 굳게 닫혀있던 문으로부터 패스워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커덩하는 소리가 이어지고, 슬그머니 문이 열렸다. 조금씩 벌어지는 틈 사이로 검고 매끈한 구두의 앞코가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채 다 열리지 않고서도 수월하게 안으로 들어온 마른 몸은, 현관의 조명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것에 놀라 파르르 떨렸다. 가지런히 벗어둔 구두를...
#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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