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에 울리는 성우의 알람소리에 다니엘이 먼저 눈을 떴다. 성우야, 출근할 수 있어? 성우의 귓가에 속삭이며 허리를 끌어안자, 성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니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 회사 때려 칠래. 잠결에 중얼거리는 성우의 말에 다니엘은 작게 웃었다. 그래, 뭐든 형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다정하지만 잠겨서 갈라지는 목소리에, 다니엘은 헛기침...
이쪽 커뮤니티란 폐쇄적인만큼 좁아서 유명한 사람 역시 한정되어 있었다. 언론에 노출이 되는 것은 물론, 외모와 그들이 가진 스토리만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에 속하는 다니엘과 성우. 그리고 민현 역시 그 부류에 속했다. 현역 모델이자 화려한 남성편력으로 유명한 다니엘, 그런 다니엘의 연인이자 자신의 매력만으로도 유명한 성우. 그리고 잘 나가는 사업가이자 ...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한 다니엘은, 여전히 성우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음에 미간을 좁혔다. 욕설과 함께 몸을 일으킨 다니엘은 바로 성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응, 다니엘- 하며 자신을 반기는 목소리는 끝끝내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욕실로 향한 다니엘은, 맘 편히 쉬라는 매니저의 말에 바로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분명히 뭔가 있어. ...
“…진짜 잘한다.”성우는 모니터 가까이 기울였던 상체를 의자에 푹 기대며 중얼거렸다. 타투 컨벤션에서 알게 된 한국계 미국인인 22살의 W는 성우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성우 스스로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W의 작업물을 보고난 후로 성우는 묘하게 자신감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
모름지기 애기씨라 하면, 아씨, 아가씨라고 불리기엔 앳되고 사랑스러운 귀한 집 따님을 일컫는 호칭이었다. 시대와 세대가 바뀌어 이제 천한 아랫것은 없어졌다지만, 귀한 분은 명실 공히 존재했다. 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천출에게 ‘분’이라 하지 않듯, 양반에게 ‘것’이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귀한 분을 부르는 호칭은 여전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
“넌 왜 바람을 맞고 그래.”“맞을 만하니까 맞겠지.”“…어, 여기 맛있네?”“많이 먹어. 난 입맛 없어.”“다니엘이 보낸 거랬지. 센스 좋네.”민현의 입을 빌린 연인의 칭찬이 유난히 거슬렸다. 성우는 고운 빛깔의 스시를 뒤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우야, 음식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야. 참치한테 미안하다고 해. 민현의 농담에도 성우는 웃을 수가 없었다. ...
[성우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 부탁할게.]번호를 바꿨어야 했는데. 눈 깜박하면 바뀌는 세상에서 핸드폰 번호를 한 번도 안 바꾼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덕분에 이 불편한 곳에 온 것도 모자라, 축가까지 불러주게 됐어.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좁혔다. 축가 부르실 분은 맨 앞자리로 가실게요. 나름의 리허설을 끝내고 마이크를 대충 내려놓자...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커다란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한 랩퍼의 낮은 읊조림에, 일을 하며 브라운관을 힐끔거리던 모든 직원이 ‘워후-’ 환호성을 내지르며 웃음을 터트렸다. 벌써 유행이 지난 프로그램이지만, 바깥세상과는 다른 관점이 적용되는 이곳에선 유행이 지났다는 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골라온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자, ...
“나만큼 할까. 나 지금 미칠 것 같아. 사랑해, 형. 최대한 빨리 갈게.”- 어. 이따 봐.“뽀뽀해줘.”연인의 입술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귀엽게도 귓가에 울려 퍼졌다. 통화를 끝낸 뒤 아쉬운 손길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곤, 그 자리를 채우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유리벽 너머로 에이전시의 관계자가 테라스 쪽을 검지로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알았어요...
#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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