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7년이란 시간 동안 이어온 짝사랑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20살 꼬꼬마 시절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공유하고, 얼마나 많은 감정을 쌓아온 사이인데. 나랑 옹성우는, 형과는 그런 사이라고. 절대 누구도 낄 수 없는 그런 완벽한 한 쌍.8월 25일. 내 평생 이렇게 들뜨는 날이 없었다. 매년 8월 25일은 나에게 크리스마스나 내 생일보다 더 즐거운...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어두운 궁 안을 울렸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궁의 가장 안쪽, 그곳엔 숨겨진 공간이 있다. 왕족을 호위하던 무사들을 위한 숨겨진 공간은 어느 궁에나 존재했다. 새로 지어진 현대식 궁에도 숨겨진 공간은 당연하다는 듯 곳곳에 만들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그 공간에 숨어 왕족을 안전하게 호위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어느 순간부턴 ...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뜨거운 태양을 좋아하고, 후덥지근하지만 가벼운 옷차림 덕분에 피부에 느껴지는 열기를 좋아한다.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을,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의 설렘을, 서핑 보드 위에 올라탄 순간의 느낌을, 그리고 피부에 맞닿은 바다의 시원함을 좋아한다. 묘하게 들뜨는 여름밤의 축제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알게 되는 ...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면, 세상에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온다. 여름의 제주도 태양은 너무나도 강렬하여, 머릿속을 뒤흔드는 잡념과 근심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가 다가오면, 흩어진 정신을 붙잡기 위해 이를 악문다. 내가 나로 오롯이 존재하는 그 순간, 서핑 보드 위에 용기를 내어 일어서면, 두려웠던...
매일 반복되는 야근, 야근, 야근.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긴 할까. 성우는 깜박이는 커서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얼굴에 닿은 손바닥이 거칠었다. 형은 손이 건조하니까 이거 자주 발라요. 책상 한쪽에 세워둔 핸드크림을 집으며, 다섯 살 어린 연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29살의 직장인인 성우. 그리...
시대와 기술이 사람들의 의식을 넘어서는 현대사회. 드디어 고집 세고, 고리타분한 대한민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었다. 수많은 시간을 싸워온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사랑이 ‘합법’이 된 현실에 기뻐했고, 아직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된 두 아버지는 각자의 갓 태어난 아들 사...
“다니엘.” “네.” “나 니 손가락 한번만 핥아보면 안 돼?” “…뭐라고요?”“오해하지 말고. 니 손가락이면 돼.” 다니엘은 벙찐 표정으로 성우를 바라봤다. 성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흠흠, 헛기침을 뱉더니, 건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다니엘의 손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그 힘에 건반이 눌려 불협화음을 자아냈...
2017년. 07월. 15일. 토요일. 아침은 바나나 반 개, 사과 반 개, 두유. 점심은 자장면 나랑 나눠 먹었음. 저녁은 집 앞에서 삼겹살이랑 된장찌개. 낮잠은 1시에서 3시까지 잤음. 저녁에 안 자려고 해서 그냥 둘이 TV보다가 거실에서 잤음. + 특이사항 :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되도록 먹이지 말자. 토했음.. 일요일의 한가로운 오후, 성우는 공원 ...
#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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